모차르트의 느린 단조에 대해서 음악

모차르트의 단조 피아노 협주곡은 두 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1악장의 조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가운데 느린 악장이 단조인 작품은 다섯 곡이다. 27곡 가운데 다섯 곡이면 모차르트에게 적은 것이 아니다. 이 작품들의 바깥 악장은 모두 장조. 어떤 슬픔은 봄날 햇빛의 투명함 속에 감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폼만 잡고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저녁때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모차르트 전집을 붙들고 다악장 기악곡 가운데 느린 악장이 단조인 곡을 세어 보았다. 전부 20곡이고 소년기에 편중되어 있다. 열한 곡은 모차르트가 8세에서 18세 사이에 작곡한 것이다. 단조 안단테는 모차르트의 독창적인 실험이기보다는 앞 세대의 흔적이었던 셈이다. 직접적인 영향은 1770년 전후 이른바 질풍노도 운동의 음악이고(<베르테르>가 출간되었을 때 모차르트는 18살이었다), 모차르트는 교향곡 25번에서 그 영향을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에야 독창적인 작곡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단조를 스스럼없이 쓰는 습관의 기원은 바로크에 있다. 단조가 예외적이었던 고전주의 시대, 뭔가를 강렬하게 표현해야 했던 낭만주의 시대에 비해 바로크 시대에는 단조 음악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질풍노도와 바로크,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젊은 모차르트가 순식간에 흡수하고 뛰어넘었던 한때의 인연일 뿐이니, 오늘 우리의 관심은 성년기의 모차르트에게 있다. 고전 소나타의 느린 악장에 완벽하게 흡수된 단조, 단순하지만 한치의 뉘앙스도 어긋나지 않는 색채, 그 위로 투명하고 가볍게 떠오르는 선율, 그것들은 사물이 거기 그렇게 가만히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분명해서 자칫 숙연해지기도 하는 오후의 풍경과 같다.

단조 안단테의 모차르트는 분명 빠른 단조곡들에서처럼 빈틈없이 유창하지 않으며, 느린 장조곡들에서처럼 완벽하게 투명하지도 않다. 모차르트답게 허를 찌르는 유연함이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며,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의 조화가 아쉽기도 하다. 모차르트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곡들을 듣고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신이 모차르트를 사랑한다면...

아홉 곡의 이름을 적어둔다.

피아노 협주곡 9번 kv 271
피아노 소나타 2번 kv 280
플루트 사중주 1번 kv 285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v 364
바이올린 소나타 25번 kv 377
바이올린 소나타 28번 kv 380
피아노 협주곡 18번 kv 456
피아노 협주곡 22번 kv 482
피아노 협주곡 23번 kv 488

아, 그리고 다악장 기악곡은 아니지만 <마술피리> 2막에서 파미나의 아리아 Ach, Ich fühl's를 빼놓아서는 안 되겠다. <라크리모사>는 안타깝지만 미완성이다.

(201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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